<기획 - 산재보험 개혁1>

산재보험이 아픈 노동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나?

 

임준 / 가천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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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재보험이 아픈 노동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나?

 

. 아픈 노동자의 배제와 은폐

 

일반적으로 사회보험은 노령, 질병, 산재, 실업 등의 사회적 위험에 의하여 발생한 손실에 대하여 국민 또는 그 사회 구성원에게 보험급여의 제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보험에서 규정하고 있는 급여 수급자격 조건만 만족하면 적용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은 이러한 원칙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산재보험은 사고성재해와 직업성질환으로 치료를 받게 된 노동자가 산재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 또는 보호자가 산재보험 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게 되는데, 실제 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사전에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 재해가 업무 때문에 발생하였는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발생하였는지를 따져서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산재로 인정을 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사전승인 절차가 있다는 사실과 업무 관련성에 대한 입증을 재해노동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산재로 인정해 주는 기준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 등 여러 이유로 인하여 재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량 발생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 및 질병으로 인정되는 기준이 제한적이고 엄격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실제로 작업관련성이 확실한데도 산재보험에서 인정되는 업무상 질병의 범위가 좁고 기준이 엄격하여 실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할 재해노동자가 건강보험으로 요양급여를 제공받거나 자기 부담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의 급여수준이 매우 낮고 산재발생 후 재취업 및 온전한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업무상 재해 및 질병의 인정기준마저 낮다는 것은 재해노동자에게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현행 산재보험은 재해노동자에게 업무관련성의 입증을 요구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의한 사전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며, 그 기준마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사회보험이라 보기 어려운 제도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산재 이후 긴급하고 적절한 치료 및 재활서비스를 받아야 할 재해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의료이용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사업주의 측면에서 보면 산재은폐를 유인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보험자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 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산재보험이 노동자의 건강 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적으로 질병 부담을 증가시키고 보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노동자의 일부만 적용되는 산재보험

 

그런데, 그나마 산재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노동자는 행복한 편에 속할지도 모를 일이다. 법률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도 적용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농업 등 업종별로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또한, 소규모 음식점 등과 같이 비공식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고, 동일한 재해 위험을 안고 있는 1인 사업장 또는 자영업자들도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등에서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사업주에 고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형식적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산재보험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산재보험 적용 대상 사업장이더라도 모두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사업주의 자진 신고에 의하여 산재보험 적용 사업장을 정하고 있고 산재 보험료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어서 전체 취업자 중에서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노동자의 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물론 사업주가 신고를 하지 않고 산재보험료를 내지 않았더라도 재해노동자의 신청으로 적용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업주에게 산재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도록 한다거나 사전 예방보다 사후 약방문식의 행정 처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는 이러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산재 은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로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산재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만 산재보험에 가입을 해주지 않는 사업주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노동자가 재해나 직업병으로 치료를 받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이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 신청을 하지 않거나 사업주가 산재 신청을 꺼리기 때문에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산재보험 적용에서 배제되기 매한가지다.

 

. 보장 수준은 높나?

 

20051010일자 한겨레신문을 보면,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한 재해노동자가 피부 이식 등에 들어가는 치료비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아서 3년 동안 수천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빚을 얻게 된 되어 집을 가압류되어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안타까운 사건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은 사건이 아니라 대부분의 재해 노동자가 겪는 고통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산재보험에서 제공해 주는 치료비, 즉 요양급여의 범위는 건강보험에 준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과 다른 점은 건강보험의 경우 요양급여 범위 내에서도 치료비 중 본인부담이 있지만 산재보험은 본인부담이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반적으로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면 치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재보험의 요양급여 범위가 건강보험의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요양급여 범위를 벗어나는 고가의 시술이나 검사 등은 재해 노동자가 직접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고 그 비용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평균적으로 치료비의 약 20% 정도는 본인부담이 존재하고, 이러한 치료비 부담이 산재노동자의 가계에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치료비 부담 뿐 아니라 산재보험에서 소득보전 차원으로 제공해주는 휴업급여조차 평균보수월액(임금)70%만 제공해 주고 있어서 재해를 당한 이후 실질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 결과 빈곤 계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저임금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대부분 맞벌이인 경우가 많은데, 배우자가 간병을 하지 않아서 또다시 가계의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더욱이 대부분의 중소 사업장은 일부 대기업처럼 단체협약에서 산재 이후 소득 보전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산재에 따른 가계소득의 급격한 후퇴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산재보험은 치료가 완전히 종결된 후 장해등급 판정에 기초하여 장애로 인한 소득 손실에 대하여 장해급여를 통하여 보상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장해등급 판정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고 직장을 얻기 어려울 정도로 중증 장애를 입은 노동자조차도 보상의 수준이 최저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낮아 재해노동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렇게 산재보험의 낮은 보장성 문제는 재해노동자가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직장 및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2. 건강보험으로 산재의 전가와 보장성의 약화

 

. 건강보험으로 치료 받는 산재 환자

 

그런데,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건강보험 문제를 놔두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산재보험의 적용을 마땅히 받아야 하는 업무상 재해 및 질병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매우 많을 뿐 아니라 현행 산재보험 체계에서는 명확하게 업무상 질병으로 보기 어려운 질병도 사실은 노동자의 업무 또는 직업과 상관없다고 단정 짓기 어려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불면증 때문에 정신과나 신경과 외래를 찾아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노동자 본인 뿐 아니라 어떠한 의사도 불면증을 산재 중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불면증이 발생하는 이유를 찾다보면 직업과의 관련성을 벗어나서 생각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과도한 업무량과 잦은 야근, 그리고 구조조정 압박에 의한 고용 불안감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하여 직업관련성을 의심해보지 않고 당연하게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어 사업주 부담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노동자 개인 부담 비율이 훨씬 큰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게 되어 사업주에서 노동자로 부담이 전가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 진료비 할인제도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건강보험

 

한국의 건강보험의 역사를 보면, 1979년 최초의 공적 의료보험이 등장한 이래로 10년 만인 1989년에 전국민의료보험을 달성하고, 다시 9년 만인 1998년에 조합방식의 의료보험체계를 단일 보험자인 건강보험체계로 발전하는 등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적용범위의 급격한 확대 등 외형적 성장은 전 세계에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것이었지만, 보장성 확대 등과 같은 질적 성장은 측면은 매우 미진하였다. 실제 보장성 측면만 보면 현행 건강보험제도를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보험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현행 건강보험은 적용 대상의 보편성 등을 제외하면 보장성 수준이 매우 낮아서 질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치료비 부담으로부터 가계를 보호하는 데에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데, 사실 질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환자의 부담이 어찌 치료비뿐이겠는가! 아파서 병원에 상당기간 입원하거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하게 직장에 다니기 어려워지고 별도의 보장을 하지 않는 직장에 근무할 경우는 임금을 받지 못해 소득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는 산재보험과 같이 의료보험에서 소득보장을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처럼 건강보험에서 소득보장을 하지 않는 나라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진료비 할인제도에 불과하다는 평가절하도 가능하다.

이렇게 소득보장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질환에 대하여 소득보전이 필요한 대상군과 그렇지 않은 대상군 간에 의료이용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임금노동자이고 기업에서 별도의 소득 손실에 대한 보장 규정이 없는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일정 기간 재활과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치료비 부담 뿐 아니라 소득손실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고 서둘러 직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예 직장에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노령인구와 같이 임금노동자가 아닌 대상군은 적극적인 재활 요양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 병원에서 장기간 요양하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더욱이 직업관련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충분한 치료와 재활을 받지 못하고 직장으로 복귀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 상황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산재보험으로 처리는 되었지만, 직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영구적인 장애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낮은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직업성 질환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보더라도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 노동자 건강과 보편적 건강보장제도

 

그런데, 노동자의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든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결과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강화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아프거나 다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을 못하여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소득 손실에 대하여 보전을 받아야 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은 동일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아프고 다친 이유를 엄격한 잣대로 구분하여 업무관련성 유무에 따라 보장의 내용을 달리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복잡한 행정 절차에 기인한 사회적 비용 문제 뿐 아니라 건강할 권리의 평평한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이미 복지가 앞서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불건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결과가 동일하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동일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보편주의 원칙을 산재보험에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질병의 원인을 한 두 개의 원인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거의 모든 질병이 많든 적든 업무관련성을 갖고 있고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엄격하게 업무의 내용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추적하여 특정 질병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현행 산재보험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시대착오적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산재보험제도가 당장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건강보험과 관련성에서 살펴보아야 하는데, 현재 건강보험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평등하게 담보할 만큼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이의 핵심적 문제가 바로 보장성 수준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일 것이다. 산재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매우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재보험제도를 당장에 없애는 것보다 낮은 보장성 수준을 높이고 인정기준의 엄격함과 사전승인제도의 문제를 개선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3. 변화를 담지하지 못하는 산재보험체계

 

현재의 산재보험은 노동자 건강이 지향하는 바를 담보해내기 어려운 낡은 틀을 갖고 있다는 점과 자본의 축적체제가 변화는 과정에서 고용관계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성을 담보할 만한 틀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산재보험은 불건강 상태에 처한 노동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불건강 상태 이전으로의 복귀함으로써 노동자의 건강권을 실현하겠다는 철학과 목표에 기초해서 성립, 발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19세기 말에 산재보험이 최초로 등장했던 그 때의 문제의식 수준에서 성립하였다. , 산업재해에서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산재로 인한 개별 자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산과정의 급격한 변동을 막아 자본주의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표에서 성립,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반적으로 노동 및 사회시민운동의 발전과 시민 의식의 향상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 권리 의식이 커져가게 되면서 기존의 산재보험의 틀로는 이러한 변화를 담지할 수 없게 되었다. 많은 선진외국에서 동일한 속도와 체계는 아니지만, 엄격한 원인주의에 기초한 과거의 틀을 벗고 노동자의 불건강 상태라는 결과에 착목하여 노동자와 보편적 시민의 건강권을 어떻게 평등하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혁을 모색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전히 산재보험제도의 독립성이 강한 조합주의 전통의 국가들도 자영업자 등 기존에 포괄하지 못한 일하는 사람을 산재보험의 틀에 포함시켜 나갔고, 북유럽 등 국가주의적 전통이 형성된 나라들은 통합적인 건강보장제도를 정착해나갔다.

그러나 한국의 산재보험은 의연하게 사업주의 관점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한 사업주배상책임보험적 성격의 산재보험을 유지해오고 있다. 웃지 못 할 일은 산재보험을 담당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일부 간부들조차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고 사업주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철학과 목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산재보험은 엄격한 인정기준과 사전승인제도를 완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사실 산재보상보험법의 서두에서 노동자의 건강 회복 및 직장과 사회로 재복귀를 지향한다는 산재보험의 목표는 현재의 인정기준과 제도적 틀과 맞지 않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단지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치료수준을 높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첫 치료 순간부터 노동자가 직장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물론 치료만이라도 잘해야 하지 않느냐 라는 현실론도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단계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첫 단계부터 재활의 관점을 명확히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산재보험에서 추진한 재활은 통합적인 관점으로 이해되고 추진된 것이 아니라 직업재활 중에서도 직업훈련 정도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산재노동자가 최대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로 성립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재활사업이 직업훈련원, 점포임대 지원사업과 같은 창업지원을 위주로 일부 산재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제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