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다반

도시농업이 일상에게 주는 삶의 교훈

 

최기수/ 인천노동문화제조직위원회

 

 

1990년대를 마감하고 2000년대를 맞이하면서 노동문화운동 진영에서 화두가 되었던 말이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

 

 

어쩌면 싸움을 부추기는 듯도 한 이 말은, 이미 자본의 위세가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현장을 넘어 전 사회에 걸쳐 관철되고 있는 상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문화 또한 자본이 자리 잡은 일상의 영역으로까지 확대하여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실 자본은 ‘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라는 말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일상이라 불리는, 우리의 생활세계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자본의 주는 풍요로운 물질적 환상은 ‘화폐만 있다면 세상엔 불가능이란 없다.’는 정언명제를 전 사회에 유포시켰습니다.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화폐를 획득하라는 자본의 명령은 거센 바람이 되어 사회를 강타했습니다. 재개발 광풍, 아파트 청약 열풍, 사교육 열풍 등등.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바람을 좇느라 바빠진 사이 목적과 수단은 전도되어 버렸습니다.

 

 

 

한편으로 자본은 IMF 구제금융 위기 사태를 맞아 내부적으로 자기 체계를 재정비함은 물론, 자신의 지배체계와 담론에 도전해오던 사회운동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고 지배 권력에 순치시키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도입된 각종 제도 정책들은 사회 구성원 간에 배제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생존을 담보로 무한경쟁 속으로 뛰어 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에 공동체를 지켜가기 위한 호혜와 우애의 관계는 생각할 시간도, 설 자리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자본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사회 흐름 속에서 ‘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란 명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그것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과 환경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그 안에서 자본의 강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빈틈을 확인하고 그 빈틈을 점점 넓혀가는 의식적인 활동이지 않을까 합니다.

[22회 인천노동문화제 <이 땅에 우거지고>중 ‘상자텃밭 나누기‘ 행사 장면]

 

 

 

최근 도시농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배다리에도 봄이 되면 곳곳의 빈터에 갖가지 채소를 심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통입니다. 이웃은 어떤 작물을 심는지, 어떻게 가꾸어야 병충해 없이 무성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키워진 고추, 상추, 부추, 열무 등의 갖가지 채소는 수확한 자신의 밥상만이 아니라 이웃의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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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뜻하는 영어 community의 속뜻은 ‘서로 선물하는 관계’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의 선물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대가로 한 선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의 이건희가 정, 관, 법조계에 마구 뿌려대는 선물과 친구가 손수 만들어 카드와 함께 전해준 선물은 분명 다르듯이 말입니다. 처음부터 함께 소통하여 과정을 만들고, 그 성장의 결실을 함께 나누어 누리는 도시농업이야 말로 자본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공동체의 가치를 드러내는, 도시에서 구성될 수 있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직은 춥디추운 겨울이지만, 곧 있으면 봄이 다가옵니다. 봄이 오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건강한노동세상, 인천산재노동자협의회, 평등노동상담소 동지들과 의논해 상자텃밭에 몇 가지 채소를 심어볼까 합니다. 회원들께서도 자주 오셔서 이것저것 간섭도 해주시고, 햇살 따가운 여름 풍성한 밥상이 차려지면 드시러도 오세요!! 하하 ^^~

 

 

* 참고 : 항다반은 ‘항상 있는 차와 밥’이라는 뜻으로, 일상다반과 같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