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호 외눈박이의 세상보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와 IMF 사태의 교훈

 

 

지난 1020,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확정되면서, 인천은 물론 넘어 전국이 앞 다투어 유치효과를 선전하고 있다. 당장 투자부진에 허덕이던 송도 국제도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우리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들이 커지고 있다. 물론 좋은 일이다. 축제분위기에 찬물 끼얹을 생각은 아니지만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의 진정한 의미와 이에 따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이하 GCF)이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최초의 기후변화 특화 기금으로, UN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지침을 받아 운영하는 재정운용 주체를 말한다. 좀더 쉽게 비유하면 국가재정이 어려운 나라에 재정 지원을 하는 국제기금이 국제통화기금(IMF)이라면, 환경부문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국제기금이 GCF라고 할 수 있다.

 

GCF의 설립배경은 2010. 11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 16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위하여 GCF를 설립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201111월 남아공 더반에서 개최된 제 17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GCF의 구체적 출범에 합의하고 기금설계방안을 채택하였다. 우리나라는 정부 방침으로 GCF 사무국을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2011127일 환경부장관이 유치를 공식표명 한 이후 약 10개월 만인 20121020일 유치가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GCF는 기후변화 장기재원 중 상당부분의 조달과 집행을 담당하게 되며, 장기재원은 공공·민간재원 등을 통해 재원을 늘려 나간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간 기금 규모는 다음 달인 11월말 카타르 총회에서 결정된다. 잠정적으로 2020년에는 연간 1천억 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총 기금 규모는 약 8000억 달러(원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도 기금을 계속 확충할 전망이다. 하지만 기금을 8000억달러까지 키운다는 것은 단지 청사진일 뿐이다. 현재 GCF가 모금한 기금은 고작 300억 달러에 그친다. 2020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씩 모으겠다는 원칙에만 합의한 상태여서 사실 기금에 대한 구체성은 없다. 자칫 선진국과 개도국 간 첨예한 대립으로 기후변화협상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GCF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24GCF 이사국 중 유럽 국가가 9개국인 데다, 마지막까지 한국과 유치 경쟁을 벌였던 독일은 기후변화 분야 세계 2위의 원조 규모를 자랑하는 GCF의 큰 손이다. 이는 기금의 대부분을 출연할 내는 선진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GCF는 한낱 작은 국제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금 규모에 대한 모호한 규정으로 정확한 규모와 용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기금 사용처에 대해서도 선진국은 탄소배출권 확보라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개도국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금의 사용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GCF미래는 1997년 우리가 겪은 IMF사태를 생각하면 쉽게 교훈을 얻을 것이다. IMF는 그 수혜국의 경제정책과 경제구조에 대한 조정을 강제적인 조건으로 부과하게 되는데(IMF Conditionality), 이것은 구제금융 수혜국의 경제주권이 크게 제약된다. , IMF에 외환이 없어서 돈을 빌린 나라들은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경제적인 주권을 강제적으로 상실하게 된다. 이는 1997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들의 요구에 따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되며, 그 결과 비정규직의 양산과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알짜 기업과 국부를 외국자본에 넘겨준 사례에서 아프도록 경험한 사실이다.

 

GCFGCF기금을 지원받는 개도국은 환경정책에서 GCF의 감시와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탄소배출권이라는 기금을 출자한 선진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GCF기금이 악용되는 사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GCF 사무국 유치 이후 탄소배출권 관련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 등이 이러한 우려를 반증하고 있다. 현재 GCF 사무국 유치에 따른 파급 효과 부풀리기는 그간 올림픽 등 각종 국제 경기 유치의 경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13조원의 생산유발 및 27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거둔다고 분석하였지만. 현재 인천시는 아시안 게임 때문에 재정파탄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노동자 서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대형 국제기구의 유치가 나쁜 일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를 활용하고 대처하는 가에 따라 우리에게는 일 될 수도 이 될 수도 있다. 아직 기금의 규모도 모든 것이 예정이고 논의 중인 사안을 가지고 연간 수천억의 경제효과 운운하며 송도 신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게 만드는 투기적 상황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냉정히 인식해야 될 사실은 GCF의 사무국이 인천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지, 우리나라가 GCF의 의장국이 되었다거나, GCF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것이 아니다. 또한 수천억 달러의 기금도 GCF의 기금이지, 우리나라가 외자를 유치한 것이 아니다. 물론 GCF 사무국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지출, 관련 국제회의에 따른 경제효과 등이 기대된다. 하지만 인천이 제공하는 15층의 GCF 사무국 건물의 무상임대, 연간 수백억의 운영비 지원 등 우리가 GCF 사무국 유치를 위해 투자한 내용에 대해서는 냉정한 분석과 이해득실까지 고려한 경제효과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199612OECD 가입이 결정됐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도 드디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며 축배를 들었다. OECD 가입을 위해 금융 산업 분야도 활짝 개방했다. 언론들 역시 곧 영국도 따라 잡는다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하지만 OECD 가입 1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고, 1997123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세계적 치욕을 겪어야 했다. OECD 가입 1년 만에 우리나라에 돌아 온 것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국제사회의 비아냥거림이었다. GCF 사무국 유치에 들떠 있는 정부를 보며, 샴페인이 이 된 OECD 가입 사례와 IMF 사태의 교훈이 연상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세계 3대 갯벌을 메워 환경을 파괴하며 만들어진 송도신도시에 환경관련 국제기구가 유치된 것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GCF 사무국 유치가 4대강 사업 등 그동안 우리가 저지른 환경파괴에 대한 과오를 씻고 환경보존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에게 놓인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선진국들의 이윤추구의 장에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한 바보짓인지, 보다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인지 우리 모두가 감시하고 참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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