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게 당연해?"

 

전지인 사무차장

 

 

우리는 공항 시설의 일부분입니다. 승객이 없는 곳에서는 난방도 냉방도 심지어 조명도 없이 공항의 그림자처럼 일을 하지요.’

- 국제공항협의회의 공항서비스평가에서 7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한 인천국제공항 간접고용 노동자

 

수영강사에겐 수영복이 작업복입니다. 물속에서 강습을 해야 하는 특성상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한 슈트는 단순 작업복이 아닌 필수품이지만 체육센터가 지급을 거부해 개인적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강습이 없을 때에는 수영장 청소를 하거나, 체육센터 홍보물을 배포하지만 추가근무에 대한 임금은 없어요.’

- 남동구 도시관리공단 소속 수영강사

 

 

엘리베이터가 없는 임대아파트의 3층에 사는 몸무게 80뇌병변 장애인을 매일 두 번씩 업어 3층의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소속 장애인 활동보조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소속 장애인 활동보조인에게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교육하는 중에 한 50대 여성 활동보조인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요?’, ‘이 정도도 아프지 않고 일하려면 일 그만둬야죠.’라고 하신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아픈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새삼 건강한 노동이란 말이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에 지나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노동이란 현실에선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먼 얘기인 걸까? 내가 처한 노동조건이 문제라고 여기지 못한다면 변화는 꿈꿀 수 없다. 나의 건강마저도 임금을 받고 팔아버린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요구란 나의 건강을 담보로 임금을 더 올려 받는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일할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을 할 수 없을 때가 오면 건강도 돌일킬 수 없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몸뚱이 하나로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에게 선택의 폭은 좁다. 자본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해고의 칼날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노동자의 목숨이라지만 자본의 칼날을 무뎌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결국 노동자뿐이다. 노동, 자본에 쿨~하자. ‘너 아니면 내가 죽을 것 같냐? 더럽고 치사해서 너한테 목숨 구걸 따윈 안해!’가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노동의 쿨~함이다.

 

2012년 올해로 건강한노동세상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산일터, 산보련 시절까지 살펴보면 인천에서 노동자 건강권 운동은 20년을 넘어선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의 세월동안 인천지역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활동가 몇몇이 동분서주 한다고 세상이 바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정한 노동 건강권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사람의 가치를 논하고, 나의 삶이 존중될 때 비로소 건강한 노동세상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리라 믿는다. 건강한노동세상 10년의 쉼표,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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