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뉴스>

 

 

도장작업 노동자 백혈병 산재 승인

 

근로복지공단, 18일 기아차 광주공장 첫 사례...

전면 조사 실시해야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가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18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고() 조용오 조합원에 대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이는 자동차 완성차 도장부서에서 발생한 백혈병이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다.

조 조합원은 1988년 기아차 광주공장에 입사해 22년 동안 도장 작업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해 허리통증을 호소해 검사를 받던 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조 조합원이 도장 작업을 하던 중 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 지난 해 10월 산재 신청을 한 바 있다. 조 조합원은 산재 승인이 나기 5개월 전인 지난 3월 투병 중 사망했다.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이번 산재 인정 사례를 통해 도장 작업에서 나타나는 발암물질과 직업성 암의 위험성이 밝혀진 것이라며 자동차 공장 뿐 아니라 도장 작업이 많은 조선소 등에서도 즉시 발암물질 조사와 직업성 암 인정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국장은 산재 신청하고 10개월이 지나서야 승인이 났다. 그 사이 노동자는 병으로 사망했고 유족들의 고통도 극심했다직업성 암 인정 기준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조 조합원의 산재 인정 과정이 길어진 데에는 노동부와 회사 측의 방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322일 한국산업안전공단은 근로복지공단의 의뢰 하에 역학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가 이 결과를 토대로 산재 승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산재 결정 전에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역학조사 자료를 회사에 전달해 회사가 조사 결과에 대한 반박자료를 제출하고, 질판위가 재조사를 결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노조가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항의 면담 등을 진행해 지난 728일 질판위가 열렸고 산재 승인이 난 것.

이번 산재 승인에 대해 기아차지부도 소식지를 통해 자본과 정부기관은 당연히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할 사안을 불승인 되도록 조작하려 했다사측은 산재불승인 개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발암물질에 따른 기아차 최초의 산재 인정 사례인만큼 발암물질조사 사업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동자>

 

`사망 43, 재해 1533`..대기업도 산업재해 수두룩

 

산업재해 2명 이상 발생 사업장 기준..사망 43, 재해 1533

사망재해, 대우조선과 SK에너지가 1, 2위 오명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 현대차 등도 산업재해 많아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주요 대기업 중 SK에너지와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도 산업재해가 빈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가 7 공개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에 따르면 작년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 164곳 중 2명 이상의 사망사고를 낸 사업장은 17개소로, 이곳에서의 사망 근로자 수는  43명으로 집계됐다. 대우조선해양(단성 포함)5, SK에너지 울산 컴플렉스(제이콤 포함) 4명의 사망자를 각각 기록해 상위에 랭크됐다.

대우조선 해양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수가 27500여명으로 근로자 전체 인원 대비 사망재해 비율은 높지 않았다일부 업체의 경우 전체 근로자 3~5명중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도 5곳이나 됐다.

150명 이상 사업장 중 2명 이상의 재해자가 발생한 곳은 135개소로 피해 인원은 1533명에 달했다금호타이어는 곡성공장 등에서 173(3.9%)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는 고무제품 제조업계 평균 재해율(2.2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39(재해율 2.9%)이 산업재해를 당해 선박건조 및 수리업체 중 가장 높은 재해율을 보였다. 이 외에도 현대차 전주공장(119, 2.94%)과 기아차 화성공장(265, 2.2%)·소하리공장(113, 1.98%) 등이 리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롯데제과 양산공장(7)과 삼화산업(3), 금하기계(2) 6곳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3년간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이름이 공개됐다.

문기섭 산재예방보상정책관은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으로 공표되는 사업장은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만큼 사업주는 산재 예방활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산재 투병중 자살도 업무상재해

 

14년 고통으로 적응장애

법원 업무와 인과관계

 

업무 중 사고로 십여 차례의 수술을 받다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자살역시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합건설에서 일하던 박아무개씨는 1995년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팔과 다리, 척추의 20%가량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박씨는 이후 14년간 척추기기 고정술 등 1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수술로 박씨의 몸은 다리를 약간 저는 정도까지 호전됐지만, 오랜 투병은 박씨의 정신을 병들게 했다. 박씨는 수술 뒤 통증과 불면증으로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했고, 이를 말리는 가족들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20098월에는 병원으로부터 척추기기 재조정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비용지급을 거절한 탓에, 박씨는 본인 부담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박씨는 같은 해 11월 퇴원했고, 이틀 뒤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유서에는 아빠가 못나서 정말 미안하다. 아빠처럼 살지 말고 성실하게 엄마 챙겨주고, 아빠 대신 집 정리해 셋이서 잘 살아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박씨의 유가족은 자살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개인적 요인이 자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유가족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오랜 투병생활로 적응장애가 발생했고, 적응장애가 자살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병원의 감정촉탁결과가 주요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재판장 심준보)업무상 재해인 질병으로 정신착란에 빠져 자살이 이뤄졌다면 자살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박씨는 수년 동안 수차례의 수술을 받으면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정신·육체적으로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해 적응장애가 발병한 것으로 보이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등 부지급은 위법하다21일 판결했다.

 

식당아줌마의 싸움 5대법 허리병은 산재다

 

19년간 일하다 몸 망가져

복지공단 산재 불인정”, 기나긴 법정투쟁 끝 승소

식당노동자 77%가 골병 대부분 참거나 자비치료

산재 처리는 5%에 그쳐

 

20061021일 결국 허리에 사달이 났다. 그날 밤 11시께 울산 현대자동차 식당에서 조리원 박영례(62)씨는 그릇이 가득 담긴, 50이 넘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동료와 함께 들어올리다가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사흘 동안 끙끙 앓다가 병원에 갔더니 요추부 염좌, 요추간 3·4·5번 추간판탈출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19년 동안 식당일을 하면서 박씨의 허리는 이미 고장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39살이던 1987년 현대차 울산공장에 식당조리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박씨의 허리는 쌩쌩했다. 격주로 12시간씩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식당에서 박씨는 매일 1200인분의 점심과 900인분의 저녁식사, 800인분의 야식을 준비했다. 갈수록 팔다리·허리가 아파 2004년부터는 자기 돈을 들여 병원에 다녔다.

하지만 2006년 허리를 다치고 나서는 통증이 너무 심해 일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식당노동자가 일을 그만두는 때는 이처럼 몸이 아파 낙오하는 순간이다. 박씨는 회사 노동조합을 찾아가 상담을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요양신청서를 냈다. 한달 뒤 근로복지공단은 요추간 추간판탈출증은 업무상 사유가 아니라 퇴행성 질환일 뿐이라며 불승인 처분했다.

식당에서 일하느라 몸이 망가졌는데 산재가 아니라니 법적으로 따져보자고 했죠. 그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2008년 박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산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 행정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가 되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박씨의 허리 손상은 사고 이전부터 존재한 퇴행성 질환이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항소했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이 행정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는 근로복지공단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했다. 허리통증처럼 끈질기게 재판이 이어졌다. “여러번 포기하고 싶었다고 박씨는 말했다. 지난 630일 대법원도 박씨의 허리병을 산재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박씨의 승소가 확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박씨가 19년 동안 식당에서 일하면서 장시간 서서 일해야 했고, 식자재와 식기 운반 등 10~50의 무거운 물건을 들어 나르는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해 지속적으로 허리에 부담을 주는 등 여성으로서 감내하기 쉽지 않은 강도의 노동에 종사했다장기간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한 업무수행을 한 것이 허리병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와 함께 일한 식당조리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박씨처럼 허리·손목·다리 등의 이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씨처럼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은 식당마다 넘쳐난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가 식당노동자 2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식당일을 하면서 허리·어깨·팔다리 등 관절통이나 근육통이 새로 생겼거나 더 악화됐다고 응답한 이가 229(77.1%)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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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림대학교 치료과학대학원이 식당 종사자 46명과 전업주부 40명을 비교·분석한 중고령 종합병원 식당 종사자의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논문에서도 식당 종사자의 97.7%가 어깨·손목·허리 등의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인 전업주부(70%)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근골격계 통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식하고 산업재해 신청을 하는 식당노동자는 많지 않다. 여성민우회 설문 결과, 화상 등의 사고를 당했을 때 산재 처리를 했다고 답한 식당노동자는 응답자 232명 가운데 12(5.2%)에 불과했다. 대부분(156)은 자기 돈으로 병원에 갔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식당노동자의 허리병 등 근골격계 질환은 엄연한 업무상 질병이라고 설명한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격계질환센터 소장(보건학 박사)식당노동자의 일상적인 작업인 식자재 운반, 설거지, 배식 등은 모두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은 작업들이라며 “1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므로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라 하더라도 허리나 관절 등이 아프다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요양승인을 신청한 9136건 중 5502(승인율 60.2%)을 산재로 인정했다. 올해 1~6월엔 4051건 가운데 2483건을 산재로 판정해 승인율이 61.3%로 조금 상승했다. 여성민우회 나우 여성노동팀장은 조만간 식당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식당노동자 권리 찾기 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산재에 대한 인식이 변화돼 중년 여성이 대부분인 식당노동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