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동지를 묻은 지 며칠이 지났다고 또 죽는다 말인가
죽음의 제철소를 멈춰라


김용균 동지를 땅에 묻은 지 열흘 만에 우리는 또다시 참담한 죽음을 마주했다. 2월 2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50살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두에서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를 정비하던 중에 숨졌다. 사고 경위조차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채 당국에서는 정비를 위한 공구를 가지러 갔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러나 많은 의혹이 있다.

우리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김용균 동지의 죽음과 너무도 닮아있음에 몸서리친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철광석을 실은 배의 부두 정박료를 낮추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컨베이어 주변은 분진과 소음으로 가득하고, 바닥의 철판은 심하게 부식되어 구멍이 뻥뻥 뚫려 있기도 한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위해 돌아가는 제철소, 다단계 하청 구조,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애도를 표한다’로 넘어가려는 원청의 책임이다. 김용균 동지를 죽인 발전소와 똑같은 제철소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인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악명 높은 죽음의 공장이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36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이 컨베이어벨트 환승탑에서는 2016년 11월에 똑같은 사망사고가 있었다. 2017년 12월에는 A지구 열연공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기계설비에 끼어 사망했고,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실시한 바도 있지만, 죽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번에도 해당 업체가 담당하는 컨베이어벨트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바로 옆의 컨베이어벨트는 맹렬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도 공포 1년 후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사망사고에는 원청의 책임은 적용되지도  않는다.

김용균 동지의 어머님과 유족들은 ‘용균이는 죽었지만, 용균의 친구들은 살려야 한다’며 김용균동지의 죽음을 알리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위해 싸웠다. 정부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싸웠다. 마침내 합의에 이르러 김용균 동지를 62일만에 차별없는 곳으로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 현대제철 비정규직의 죽음은 또 다른 김용균이 도처에 존재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사회를 바꾸지 않은 한 우리는 또 다른 김용균을 마주할 수 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처벌하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도록 함께 싸울 것이다.


죽음의 제철소를 멈춰라.
현대제철 원청이 책임지고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2019년 2월 21일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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