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 실질적으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 금지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로 인해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는 다행이다. 하지만 고 김용균 씨와 같은 죽음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이번 산안법 개정은 그 시작일 뿐이다.


이번 산안법 개정안은 그간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원청의 책임 강화, 확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처벌 강화, 노동자 작업중지권 실효화, 반도체 백혈병,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에서 문제가 드러났던 화학물질에 대한 영업비밀 남용 제한 등의 사안에서 일정 정도 개혁이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조차도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 씨를 비롯한 여러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의 호소,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및 여론의 압력의 승리이지 민주당이나 정치인들이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


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투는 산재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 한국 노동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너무도 많다. 참혹하도록 많은 죽음, 그리고 억울한 노동자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리감독 조직 등 관련 인프라의 양적 질적 확충, 작업장 내 노동자 권리의 확대와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다.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그야말로 법 따로 현실 따로인 한국 기업들의 행태를 고려할 때, 관련 법률 하나가 바뀌었다고 해서 노동자 안전과 건강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게다가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 자체에 부족함이 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 금지 관련 조항은 일부 작업에만 국한되어 있다. 정작 이 개정안 통과를 가능하게 만든 고 김용균 씨의 작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 법만으로는 고 김용균 씨의 작업을 원청이 수행하도록 하기 힘들다. 원청의 책임 강화와 관련해서도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만큼은 모든 책임을 원청이 지도록 하는 내용이 아니기에, 일부 책임만을 지도록 한 개정안은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다. 원청 처벌 강화와 관련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그 상한이 아무리 높게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에 준하는 처벌이 내려진 적은 한 번도 없기 때에 처벌의 하한을 설정하거나 별도의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존재한다.


오늘 고 김용균씨의 죽음과 유가족의 호소로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요하고 의미 있는 한 발짝을 뗀 것만은 사실이다. 이를 시작으로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하기 위해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행정 인프라를 확충하고, 노동자의 개인적, 집합적 권리를 확장하여 작업장 내에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노사간 힘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원청 책임 확대, 위험의 외주화 금지, 노동자, 시민의 알 권리 확보, 노동자 작업중지권, 원청 처벌 강화 측면에서 중재재해 기업처벌법을 비롯한 더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법률을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2018. 12. 27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일터 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