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출퇴근 산재보험 국회 환노위 통과에 부쳐

 

오늘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출퇴근재해 산재보험 전면적용을 도입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181월부로 도보, 대중교통, 자동차 사고 등으로 출퇴근 시에 재해를 당할 경우에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출퇴근재해에 대한 산재보상은 세계 140여개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은 산재보험 도입 50년이 넘어 법으로 제정된 것이다. 1906년 도입한 스위스에 비하면 110년이 늦은 것이고, 독일에 비하면 92, 일본에 비하면 34년 뒤에 도입된 것이다.

 

지금까지 출퇴근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하는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경우등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다. 수차례 위헌소송 끝에 2016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새벽에 출근하는 청소 노동자, 대중교통이 없는 건설현장, 공원 관리, 사업주가 통근버스 제공을 하지 않는 영세기업 노동자등 취약한 계층의 노동자가 오히려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퇴근길에 부상을 당했으나 산재보상 적용이 안 되어 병원비등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모녀 죽음의 원인 중 하나도 현행의 제한적인 산재보험법 적용 때문이었다.

 

노동계의 오랜 요구였던 출퇴근재해 산재보험 전면 적용은 본격 논의가 시작된 19대 국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근혜 정권은 비정규직 확대 노동5대 악법에 출퇴근 산재도입을 당근책처럼 호도하며 패키지로 묶어 추진해 왔고, 20대 국회 초기에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파견법과 같이 다루자며 법안 심의를 반대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새누리당 이완영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에는 외국의 산재보험 도입 국가에도 없는 중과실 차등보상, 자동차 보험은 2020년에나 도입하는 단계적 실시 등 곳곳에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은 독소조항의 상당수가 삭제되었다.

 

환노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경총은 도입반대를 주장했다. 자동차 보험과의 구상권 협의, 중과실 차등 보상 등 종전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출퇴근재해를 도입한 국가의 95%가 이미 과실과 무관하게 동일한 보상을 실시하고 있고, 이미 현행법에 고의과실은 산재보험 적용 배제 조항이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울러 자동차 보험과의 조정 문제도 법안에 구상금 조정 협의회 등을 구성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오히려 퉁과된 법안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통상적인 경로가 불분명한 직종을 적용제외 하고, 그 대상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되어 있는 점이다. 민주노총이 반대한 독소조항 중 하나였으나 법안에 명시되었다. 정부의 주장은 현재 산재보험법의 중소사업주 특례로 되어 있는 직종이 있고, 보험료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임의가입으로 되어 있으므로 적용제외 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몇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중소사업주 특례에는 화물운수, 여객운송사업, 건설기계, 문화 예술인. 퀵 서비스, 대리운전등 사실상 외국에서는 전면적용 당연 가입 대상인 노동자가 중소사업주 특례로 되어 있다. 현행의 산재보험이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산재보험료를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특수고용특례, 가입자가 전액 부담하는 중소사업주 특례 등 수많은 특례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 근본원인이다. 둘째, 정부 입장을 백번 이해하여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현재 통과된 법안은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가 불분명한 직종이라고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문구가 되어 있어, 이후 개악과 확대의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 놓고 있다. 이는 평등권 위반으로 위헌 판정을 받은 현행의 출퇴근 산재보험의 위헌 소지에 대한 불씨를 계속 남겨두게 되는 것이다. 이에 조항의 취지를 반영하도록 하는 법과 시행령의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특수고용특례, 중소사업주 특례의 남발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계속 주장해 왔던 바대로 산재보험법의 근로자 조항을 개정하여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전면 적용으로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정체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헌법 재판소는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20171231일까지로 시한을 두었다.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으면 기존의 산재보험법에 의해 사업주 제공 차량을 이용하던 출퇴근 재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201811일부토 도입되기 위해서는 실무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의 인력과 사업체계 구조 정비가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법만 통과되고 실무 추진이 받침 되지 않으면, 출퇴근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

 

20176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