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 성격+업무과중'으로 자살…우울증 병력 없어도 '산재'
법원 "근로자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인정"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내성적인 신입사원이 과중한 업무와 상사의 질책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우울증 치료 등을 받은 적이 없었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하태흥)는 황모씨와 양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비록 망인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해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망인의 업무량은 과중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내성적인 망인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직장상사 질책을 받고 대인관계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 수행으로 중압감에 시달렸고 좌절감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 "이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그 이전까지 별다른 우울증이 없던 망인에게 우울증이 챙겼고 망인이 업무 외 다른 요인으로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망인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 및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부닥쳤고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1월 A건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황모씨는 그해 6월 목을 매 숨졌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아들이 업무수행 중 직장상사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인사 보복 등으로 우울증을 앓았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황씨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지급처분을 했다. 이후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지만 기각됐고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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