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닷새에 한명 꼴로 죽어간다”

 

잇따른 조선소 사망재해에 대해,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조선업종분과 대표자들과 함께 노동부와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좌회견을 진행했다.

 

 

오늘(2월 4일) 대우조선노조,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 SLS조선, 한진중공업지회 등 노조 조선업종분과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해가 거듭돼도 개선되지 않는 조선소 산업 재해 현실’을 폭로하며, 노동부의 자율안전관리정책 폐지, 생산중심 경영시스템 척결과 안전경영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조선업종분과 대표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조선업 산업 재해율은 평균 1.5%~1.76%로 전체 산업 재해율(0.7%)의 2.4배에 달하고, 2007년 46명, 2008년 45명, 2009년 53명의 중대재해 사망자가 발생해 평균 5일에 한명 꼴로 조선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조선업종분과 대표자들은 중대재해의 원인을 노동부의 자율안전보건관리에 기인한 사업주들의 생산 우선 경영과, 노동부의 사업장 지도감독의 방기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묵인한 데 있다고 보고 노동부에 책임을 물었다.

 

 

대우조선 최창식 노조위원장은 “지난 1월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원하청 작업 중단과 산재관련 토론을 진행하고, 책임자 교체 등 노사가 할 수 있는 대응을 해왔다. 하지만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도 노동부는 ‘자율안전관리정책’을 내세워 관리감독과 처벌을 방기하고 있다”며 조선소 중대재해가 더 이상 노사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피력했다.

 

 

▲ 조선소 사고 내용

사업장 명

발생일

유형

대우조선해양

1월 2일

알곤가스 질식사

1월 8일

써비스타워 추락 익사

1월 20일

도장 작업 중 폭발사

SLS조선

1월 24일

다이버 프로펠러 수압에 의해 익사

현대삼호중공업

1월 25일

그라인더 작업자 질식사

 

 

【금속노조의 요구】

1. 조선업 자율안전보건 정책 폐기를 요구한다.

2.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현황을 조사하고, 대표이사로 변경 선임토록 행정조치 할 것을 요구한다.

3.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대표이사를 처벌하고, 조선업 안전경영시스템의 실질적 구축을 지도할 것을 요구한다.

4. 예방 지도의 관점에서 조선업 전체 사업장에 대한 특별안전감독 등 지속적 지도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5. 조선업종 노․정 산업재해예방팀을 구성 운영을 요구한다.

6. 조선업 사업장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선임 인원을 확대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노․정 합동 동종사 및 취약사업장 순회 점검 실시를 요구한다.

 

 

 

 

국가가 원인 못 찾은 희귀질환은 업무상 재해

희귀질환에 걸려 사망한 사람의 발병 원인이 평소 근무환경과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해의 업무 연관성에 대한 노동자 쪽의 ‘입증 책임’을 적극 완화한 판결로, 비슷한 사건들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조용구)는 시멘트공장에서 21년간 근무한 뒤 부비동암으로 숨진 강아무개씨의 부인 우아무개씨가 장의비와 유족 급여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부비동암은 코 안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더라도, 분진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환경에서 20여년 근무한 점을 고려할 때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질병 원인 규명에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 사업자나 국가가 강씨 쪽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는 이상 업무상 재해로 추정하는 게 사회보험제도의 취지에 맞는다”며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상 재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사업주나 국가가 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검사할 사회적 책무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우씨는 시멘트공장에서 중간생산물 운반을 주로 한 남편이 퇴직 후 폐암과 부비동암 진단을 받고 숨지자 장의비와 유족 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작업환경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현대제철 가스누출로 27명 질식... 안전관리제도 無

충남당진에 건설된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27명이 질식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20여명의 노동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호전됐으나, 노동자 1명은 아직 중태, 의식불명이다.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2시 45분쯤, 고로제철소(C지구) LDG 부스타룸에서 가스가 누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작업 장 내에서 누출된 가스가 작업 장 옆 사무실까지 옮겨져, 사무실에 있던 노동자들까지 질식한 게 알려지면서 주변을 경악케하고 있다.

 

 

현대제철지회 채인호 지회장 역시 현장 순회 중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노동자들을 밖으로 옮기려다가 가스를 마셔 중태에 빠졌었다. 또 현장에 있던 지회간부들도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려 했으나 주변에 구비된 산소 마스크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가스 누출지역의 안전 대책이 무방비상태였음이 여실이 드러난 것이다.

주변에 구비된 산소마스크마저 없었다

 

지회에 따르면 C지구는 명확한 안전관리 운영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회는 꾸준히 C지구 안전관리 운영계획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시공단계임을 핑계로 현재 작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있었다.

 

 

한편 오늘(10일) 현대제철 홈페이지에는 C지구 사내하청으로 추정되는 노동자가 이번사고는 예고된 사고였다는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C지구 하청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 것은 보통 3명이 한 팀을 이루고, 정규직 노동자 한명이 작업지시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3명으로 작업이 가능해 작업 안전요원까지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 서류상으로는 그 팀원 중 한명을 안전요원으로 올리고 작업한다. 결국 안전요원은 부재한 것. 글쓴이는 “…그렇지만 이런 문제에는 관심 없는 현대제철 사측이다. 이 글이 올라오고 다음날 사측은 우리와 같이 일하던 노동자들을 면담하고 해고 시켰다. 하청업체 소장을 시켜서 말이다. 안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게 아니라 불만세력을 없애려 하는 사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사고는 불보듯 뻔하다”며 사측이 안전관리는 소흘한 채, 노동자들의 제기를 은폐하려는 행태를 비판했다.